삼촌 뻘 되는 분들 얘기 들어보면 학교 또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집에가는 길에 있는 포장마차 들러 전에 먹다 남은 반 병 시원한 국물에 한잔 하고 들어갔다는 얘길 제법 들었다.
요즘에도 그런 소주만 파는 포장마차가 있을까...
94년 재수할 때 수능 백일 쪼금 더 남겨놓고 삼수생 형 한명이랑 동기(?) 3명인가? 같이 지금 청량리 롯데백화점 건너편 포장마차 가서 자축 백일주 한 잔 했었다. 늦은시간이라 점포가 문을 닫아 어둑한 분위기에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어 진정 으슥한 포장마차였다.
밤 10시 20분에 끝나서 집에 가는 길에... 그야말로 집에 가기 전에 속 뜨끈~히 하는 정도로... 
그 때 안주가 홍합탕처럼 골뱅이탕(?)이 싸구려 플라스틱 그릇에 푸짐히 나왔는데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약간 허기지다 싶으면 굵직한 골벵이 이쑤시개로 뽑아먹어 배를 채우고, 뭔가 허전하다 싶으면 소주 한잔으로 시원한 국물로 속을 달래었다.
수능 끝나고 줄기차게 술집을 다녔건만, 골뱅이 무침은 있어도 위와같은 안주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비슷하게 찾은 것이 97년인가? 대학로 포장마차에서 골뱅이를 파는 것을 보고 기쁜 마음으로 앉았건만,
나의 기쁨이 뻘쭘하게시리 국물은 안주고 초장이랑 골뱅이만 주는것이었다. 것도 한눈에 몇개인지 셀 수 있을 정도로만...
그렇게 약간 알딸딸하게 속 따끈하게 데펴주던 술 한잔은 추억속으로만 멀어져갔다.
'말죽거리 잔혹사'보다가 권상우랑 한가인이 포장마차에서 한잔 하는 거 보니 갑자기 그 때의 술한잔이 생각나 버렸다.
나중에, 대장금을 만나면 그 때의 맛을 찾아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상사꽃 > 때로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4.04.30] 4월 30일  (0) 2016.10.03
[2004.04.11] 한마음  (0) 2016.10.03
[2004.03.13] 노량진연가  (0) 2016.10.03
[2004.03.11] Dead Poets' Society  (0) 2016.10.03
[2004.03.09] 추억  (0) 2016.10.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