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때, 학교 들어가기 전 하루의 설레임이 있었으니 바로 우유였다.
누나는 초딩 ^^ 2학년이고 난 학교 들어가기 전...
누나는 학교에서 우유급식을 먹었던 것이다.
그럼 나는 집에서 누나가 퇴근...이 아니라 하교하면
갖다주겠다던 우유를 목빠지게 기다리곤 했다.
말타고 서울가신 오빠가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길 기다리는
동생의 마음이 이랬으려나...
암튼, 막상 누나가 준 우유를 먹은 기억은 거의 없다.
군대 있을 때, 우유가 이틀에 한번 꼴로 나왔다.
그것도 몇개씩 모자르게 나와서 고참들부터 자르고 나면 막내였던
나까지는 내려오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뭐, 그게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고 나니 아침마다 우유가 갯수 딱딱 맞춰 나왔다.
아주 궁금하진 않지만, 그래도 알 수 있다면 알고 싶다.
우유담당 보급관의 삥땅인지...
IMF의 여파로 희생된 것인지...
그 때 매일같이 먹던 우유가 춘천축협에서 공급하던 아라리 우유였다.
이름을 날리던 우유에 비해 분명 맛이 뒤떨어지던...
대민지원 나갔더니 지방우유를 많이 먹어줘야 한다면서
아라리우유 1리터짜리를 듬뿍 주시던 아주머니도 기억나고...
(나는 그 때 아라리우유는 군납전용인 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맛있었던 것은, 우유를 따서 두모금정도 마신 다음
맥스웰커피 한봉 부은 다음 열심히, 진짜 열심히 흔들어서
커피우유를 만들어 담배와 함께 마시던 우유가 정말 맛있었다.
커피가루가 제대로 녹지 않아 덩어리진 것을 아그작 씹는 맛이란...
얼마전부터 어머니께서 아침마다 우유를 받으신다.
내가 집에 있으면 그래서 덜 쌓일텐데...
주말에 집에오면 몇개씩 쌓여있는 우유를 보게 되고,
나는 날짜를 확인하고 얼렁 먹어야한는 것부터 하나하나 먹어치운다.
오늘도 어김없이 날짜를 확인하고 28일까지인 것을 집고 한모금 마셨다.
헉!! 상했다.
바로 화장실 가서 토하고, 물로 입 헹구고,
무슨일이냐고 어머니 나오시고...
어머니께서 날짜 확인하시더니 24일까지인 것을 마셨단다.
24일... 을 왜 28일로 본것일까...
아무튼, 한모금 마신 것 때문일까? 화장실 가고싶어진다. ㅡㅡ;;
그래도 기분은 좋다. 날짜 지난 것을 어머니가 아닌 내가
마시게 되어서말이다.
흐흐흐~ 인간이 되려나보다. ^^
화장실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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