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작년이었을꺼다.
갑자기 머언 옛날<한겨레21>에서 봤던 노예선이 떠올랐다.
그리고, 단지 호기심에 당시 유럽으로 팔려가던 아프리카 노예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고, 남은 것은 충격이었다.
노예선이 보험에 들지 않아 난파되면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노예들을
바다에 버리는 네덜란드 상선, 배에 가장 효율적으로 노예를 실을 수 있는
단면도, 긴 기둥에 손목이 묶인 채로 메달려있는 삽화 등등...
단순한 호기심은 결국 미미하나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런 호기심이 또 발동했던 것이 비전향 장기수였다.
수십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교회사에 의한 고문, 회유 등의 이야기는
내 호기심을 발동시키는데 하등 지장이 없었고 여기저기 자료를 찾았던
기억이 난다.
세계 최장기수로서 기네스북에 오른 것에 웬지 으쓱함을 느꼈으니
내가 정상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ㅡㅡ;;;

암튼, 그렇게 미전향장기수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고<선택>이란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정보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극장가서 보았다. 5명의 관객을 앉혀놓고...
미전향장기수의 극한의 버티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으려 했던 나는
영화를 보면서 결국 또한번 나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왜이리도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못하는지 말이다.
나는 왜이리도 겨자소스같은 자극만을 바라는지 말이다.
나는 왜이리도 껍데기적 자아도취에 빠져있는지 말이다.

이런 영화가 바다에 제대로 떠보지도 못하고 해변가에서 난파되는 걸
보고 있으니 너무나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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