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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 그러니까 제가 부산에 있을 때만 해도 정말 내성적이고 약하고 늘. 우리 아버지가 주시는 것도 제가 어렸을 때 너무 약하게 태어나서 많이 아파했기 때문에 그게 평생 안쓰러워서 그러시는 거고. 저는 서울 올라오면서 진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총수 : 오... 직접 삶에 영향 미친 예 같은 건 없었어요? 친구들 어디 갈 때 못 간다던가? 그런 건 없었어요?

문소리 : 그런 거 있었어요. 우선 공부를, 초등학교 6학년인데 밤 12시까지 하고 그랬어요. 

총수 : 으허허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 상황을 벗어나는데 일조해야지.. 뭐 그런 생각이었나요?

문소리 : 어쨌든 집안 상황이 어려우니까 살아남아야 하고.. 그때 제가 연습장 한바닥 가득 썼던 게 그리움이란 말이에요. 너무너무 친구들 친척들이 보고 싶은데.. 하루아침에 떨어졌잖아요. 그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오는데 2월말에 부산은 봄이었어요. 근데 점점 서울로 가면서 겨울로 가고 있는 거예요. 그게 기억이 나요. 겨울로 가는. 
그래서 제가 너무 춥고 무서운 겨울나라로 가는 거 같았어요. 그리고 딱 올라와서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게 형벌 같고.. 밤마다 너무 울어서 애들이 내 눈이 원래 빨간 줄 알았어요. 그러면서 부산에서 1등하면 서울에서 30등 한다고 막 이런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그럴 순 없다. 그래서 부모님도 안 계신데 혼자서 밤 12시까지 공부하고. 

총수 : 국민학생이? (웃음)

문소리 : 예. 그런 과정이 되게 안으로 좀…총수 : 갑자기 어른이 된 셈이네? 어리광 부리면 안 된다는 걸 갑자기 깨달아 버린거네요.

문소리 : 원래 어리광도 없었고 때도 안 쓰고 저는 그랬는데.. 그래도 어쨌든 부산에서는 어머니가 치맛바람도 좀 날리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제 학교에서 저 혼자 살란 말이잖아요. 나를 아무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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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안내리는 부산이라고 생각했건만,
겨울로 가는 글 읽고나니 서울이 너무 삭막해 보인다.
딴지일보(www.ddanzi.com) 100호, 문소리를 만나다(1)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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