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인지 92년인지 가물가물하다.

혼자 대한극장 1층에서 표에 적인 번호대로 앉지 않고
한눈으로 그 큰 70미리 화면을 담을 수 있는 적당한 위치에서
옆사람 걸리적거리지 않고 여유롭게 본 영화 그랑블루.
제목에서 왜 blue가 아니라 bleu 일까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그 때 마지막회를 봤었는데 사방이 온통 연인들이었다.
그 사이에 빡빡머리 한 홀로고딩이라니... ㅋㅋ )
10년도 훨씬 넘어 본 영화에 아련한 추억이 있었으니 엘리베이터 씬이었다.
두 주인공이 박진영 노래마냥 엘리베이터 안에서 키스를 하는 순간
가차없이 순간이동 하는 주인공...
그 때부터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한 고등학생은
머리에 각인이 박혀버렸고, 그 학생은 세월이 지나 그런 영화가
있었다는 것 조차 잊어버리고 살았다.
세상은 좋아지고 못구하는 거 빼고 다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어느날 그 때 그 학생은 잊혀졌던 영화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 영화를 구하는 순간, 환희... 기대... 떨림...
컴퓨터 화면으로 다시 보면서 장 르노가 여기 출현했다는 것을
알았고, 감독이 뤽베송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아름다움을 뛰어 넘어 나도 무한히 바다속으로 여행하고 싶다는
환상을 꿈꾸어 보기도 하고...
영화를 다시 보면서 옛날 대한극장에서 봤던 장면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다가 드디어 가위질 당했던 엘리베이터 씬이 나왔다.
아~~ 얼마나 대단한 장면이길래 그렇게 난도질을 당한 것일까...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키스를 나누던 연인.
12년 전, 우리나라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뽀뽀하면 임신이라도
하게 되는 세상이었나보다.
아니면 검열관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누라랑 뽀뽀하다
혓바닥 깨물려서 피라도 흘렸나보다.
12년 전, 가위질 당했기에 자극적인 호기심만 유발시켰던...
12년 후, 자극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내 가슴에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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