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이 어려운 것은, 각자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움직임이나 행위에서 찾으려 하고 그것을 멈추면 자신이 부인 내지는 소멸된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모두가 이기적인 겁쟁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정의하던 모든 것, 나를 나로 있게 한 모든 것을 멈추어 본다는 것, 

행여 빠져나갈까 전전긍긍 붙잡고 있던 것들을 한 번쯤 부인해 본다는 것은 얼마나 흥미진진한 실험인가. 

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들, 

나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대부분의 기능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어도 문제가 없는 것들임을 알게된다. 

끊임없이 경영되어야 지속되는 관계와 침묵과 부재에 더 강해지는 관계도, 삶에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의 경계도 여지없이 구분된다.
광란의 세상 리듬에 휩쓸려 돌아갈 때보다, 

멈춘 자리에서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크고 작은 세상의 움직임이 더 미세하게 감지되고 전체의 모습 속에 확연히 드러난다. 

이래저래 멈춤은 사람을 참 겸손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겨레21>615호, 칼럼 종이비행기"멈추지 못하는 겁쟁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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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팍팍 받은 부분.
그런데 뭘 멈춰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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