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다보니 나까지 세명 출발이다.
11시 속초행 심야버스를 타고 30분정도 형석이랑 이런저런 얘기 좀 나누다가, 끼어드는 승용차한테 마구 욕하는 기사아저씨한테 
섬뜩함도 느끼다가, 한시간 쯤 잤으려나?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
편도 1차선 시골길을 카트라이더 꼬불꼬불 포레스트 빠져나가듯이
운전하는 기사아저씨 덕분에, 얼마전에 개통된 미시령 터널 덕분에
속초까지 2시간 30분 걸렸다.
세상이 어디까지 좋아지려는지...
방파제는 한밤중에 열지 않는다.
속초 시내에 새벽에 밥먹을 곳 없다.
시내를 가로질러 김밥나라 가서 국밥 한그릇씩 먹고 
행동식 좀 사고, 첫차가 대충 6시는 되야 다닌다는 말 듣고 냥 택시타기로 하고 새벽 3시 40분쯤 설악동 매표소에 도착하였다.
가라 학생증 들고다니는 은숙이 표를 절반에 사고
최종 점검(화장실, 물, 복장 등등)을 하는데 저쪽에서 100명 넘는 
인원이 시끌벅적 우리를 지나간다. 회사에서 연수온 듯 하다.
복장을 살펴보니 적당히 오르다 적당히 내려갈 복장이다.
비켜라~ 
갈길이 멀다.
빠른걸음으로 앞질러 비선대 도착.
왼쪽 철문을 지나면 천불동 계곡을 따라 쉬엄쉬엄 갈 수 있다.
직진하면 처음가보는 마등령 가는길이다.
시작부터 경사가 엄청나다. 
돌계단을 쌓았는데 돌 크기가 제법 크다.
후~ 몸도 덜풀렸는데... 왠지 고달픈 하루가 될 것 같다.
서서히 동이 트고, 마등령을 향해 꾸역구역 오르다보니 앞에 
중년부대에서 탄성이 들린다.
아~ 이게 운해(雲海)구나. 나는 구름을 뚫고 올라왔구나.
사진 몇장찍고 작살경사를 지나 드디어 8시쯤 마등령 도착.
속초에서 사 온 김밥과 물로 배를 채우고 자리깔고 3,40분정도 눈을 붙였다.
공룡능선에 공룡 없다.
드디어 공룡능선이다. 뾰족뽀뾰족 올라온 바위들이 
공룡등따리 ㅋ~ 닮아서 공룡능선인가?
소위 말하는 절경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코스가 작살이다.
완만한 코스는 거의 없고 급경사의 오르락 내리락이 다섯시간동안 
반복된다. 이곳을 지나며 느꼈다. 
이 코스는 악이나 깡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발끝산행은 발끝으로 하는 산행이 아니다.
그늘도, 바람도 없다. 햇볕을 직접받는 오르막길은 바짝 마르다 
못해 온통 갈색이다.
숨이 탁탁 막혀 고개도 못들고 발끝만 바라보고 간다.
드디어 다 올랐다. 
한숨 돌리고~ 다시 올라온만큼 내려간다. 좌절...
예상했던대로, 내려간만큼 다시 올라간다. 몇번이나...
드디어 공룡능선의 끝인 신선봉 도착.
저 위로는 대청봉이, 저 아래로는 희운각 매표소가 보인다.
신선이 여기와서 놀음이라도 해서 신선봉인가?
드러워서 신선 안한다.
15년 전인가? 설악산에서 2000원짜리 컵라면 먹었다고 
자랑하시던 아버지 생각이 났다.
올라온만큼 다시 푸욱~~ 내려가 드디어 2시쯤 희운각 대피소 도착.
천불동에서 올라온 사람들, 산행 마치고 내려가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남은 김밥과 행동식을 모두 꺼내 먹다가 캔음료 세개 사니 6천원이다. 
지름신께서 잠시 오셨나? 돈감각이 잠시 사라지고 3500원짜리 맥주 두캔도 같이 사버렸다.
희운각 바로 아래 계곡에서 물을 가득 채우고 (가방무게가 줄지를 않는다. ㅠ.ㅠ) 대청봉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이미 진은 빠질대로 빠지고... 그나마 계단이 많아서 페이스 조절이 쉬웠다면 다행이랄까?
쉬면서 발끝을 바라보니 코와 턱에서 계속 땀이 뚝뚝 떨어진다.
손수건은 젖을대로 젖어서 꽉 쥐니 손에 땀이 잔뜩 묻어나온다.
희운각대피소에서 소청까지 두시간이 걸렸다. 
다올랐다. 드디어 소청 지나 중청 대피소이다.
아담하게 잘 지어놨다. 자리를 잡고 헝그리하게 저녁을 먹고
간만에 대피소에서 잠을 청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남녀가 같이 잔다.
옷입고 자는데 뭔 일 있겠냐는 대피소 직원의 말~
이 직원한테 영화 에니미엣더게이트를 보여주고 싶다.
새벽 4시. 대청봉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북적거려 우리도 같이 일어나 짐을 꾸렸다.
음... 상황을 보니 일출보긴 틀렸다. 걍 대피소에서 아침을 해먹고
볼것없는 대청봉에서 사진 함 박아주고 오색으로 하산길에 올랐다.
내려가는데 경사가 만만치 않다. 오색으로 오르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세시간을 내려가니 드디어 오색매표소 도착...
하하~ 최고의 기분.
향 가득한 도토리묵과 머루주 한잔에 피로를 씻고 서울로 서울로~~
오다가 홍천에서 버스 뻗어버려서 다른 버스 타고 다시 서울로 서울로~
언제나 그렇듯이 빡센 산행을 마치면 며칠간 두번다시 산타기 싫어진다.
그러다 몸 좀 풀리면 또다시 가고싶어지는, 
마약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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