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때, 춘천에서 서울 천호동 단칸방에 이사오고서
아버지께서 출근하실 때면 나는 엄마손을 잡고
가게까지 배웅을 나갔고 아버지께서는 베지밀을 한병씩 사주셨다.
그게 A인지 B인지, 얼마였는지, 맛은 어떠했는지,
그 꼬맹이 손에 그 병이 어떻게 들려져있는지 아무 기억도 나지
않지만 지금 팔리고 있는 베지밀 병이 그 때 것이랑 똑같다는 것 하나
기억이 확실하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누나는 학교에서 우유급식을 받았고 
나는 누나가 갖다준다던 급식 우유를 기다리며 누나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당시 정사면체 모양 비닐에 담겨있던 비닐은 (누나의 말에 의하면)
들고오다가 많이 터졌다고 한다. (진실은... ㅡㅡa )
초등학교 3학년 쯤 되었으려나?
비가 많이 오는데 다방 아가씨가 길건너 다방까지 우산 좀 같이 쓰자고
해서 다방까지 데려다 준 적이 있다. 고맙다고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아가씨는 작은 컵에 우유를 한 잔 타주었다.
그동안 마셔왔던 우유와는 다르게 설탕을 타주었는데 
상당히 맛있게 마셨던 기억이 난다.

내가 다니던 천호초등학교는 건물은 쥐방울만하면서 6000명을 수용하던
대단한 학교였다. 그러다 4학년 때 옆에 천일초등학교가 생기면서 2000명 가량이
쏘옥~ 빠져나갔다. 당시 13반이던 나는 반이 사라지면서 4반으로 옮겨갔다.
(4학년 4반이었던 나는 4가 두개 들어있어서 상당히 재수없게 여겼던 기억도 난다.
당시 4반에 배정되었던 전국의 수십만 학생들도 다같은 생각이었지 싶다.)
당시 반에서 우유급식을 담당하던 아이들은 맨뒤나 뒤에서 두번째 줄에 앉은
건장한 아이들이 담당했다. 그러다가 그게 왜 나한테 시켜졌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우유타러 갔다가 다른 반 것을 들고 와서 우유가 모자랐던 기억이 있다.
(같이 갔던 친구 말로는 내가 13반 것을 달라고 했다는데, 13반은 없어졌는데
왜 우유 주는 아저씨는 나에게 우유를 줬을까? 미스테리다. ㅡㅡa )

그러다가 매일 우유를 먹게 된 것은 군대에서이다.
춘천축협에서 만들어내던 아라리우유.
대민지원 나갔다가 아주머니께서 이거 많이 먹어야 동네 도와주는거라면서
아라리우유 1리터짜리 내밀었을 때 경악했던 기억도 난다.
한겨울에 우유 절반만 마시고 봉다리 커피 털어넣고 군인정신으로 열심히 흔들어
커피우유 참 많이도 마셔댔다.
흔든다고 절대 녹아들리 없는 커피 알갱이 씹어가며 같이 피우던 88 담배 한모금.
다시 하라면 절대 안할 즐거운 추억이다.
우유에 요구르트를 섞어 마시는건 춘천 작은집에 가서 배웠다.
사촌형들이 적당한 컵에 요구르트 하나와 우유를 섞어주었는데 우유와 요구르트의
장점이 잘 어우러져 내 입맛에 딱 맞는 것이었다.
그러다 섞어 먹는 것에 맛들여 이런저런 실험도 했었다.
요구르트 두개에 우유 섞다가 실패하고,
오렌지 쥬스에 우유 섞었다가 실패하고,
오렌지 쥬스에 요구르트 섞었다가 실패하고...
오랜만에 우유에 요구르트 타먹고 옛날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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